사망 소재?고... 머 이건 해피엔딩인지 아닌지ㅠㅠ





오늘은 여기서 끝. 스가와라는 과연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는가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강의를 끝냈다.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은 자신의 세계에 골몰하며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스가와라는 그 뒷모습을 보며 몇 번쯤 책임감 없이 강사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리를 끌며 교무실로 내려오는 길에 데스크는 일정을 재확인했다. 스가와라 선생님 오늘 오후 근무 빼셨죠? 스가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4년마다의 연인은 때를 가렸고 스가와라는 책상 위에 지치지 않고 쌓이는 공허와 비탄을 함부로 가방에 쓸어담았다. 자물쇠를 꽉 채웠다. 절대로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스가와라는 고의로 다리를 절었고 일부러 물건을 떨어뜨렸다. 모르는 척 틀린 정류장에서 하차하고 싶다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충동을 이겨내고 평소대로 굴고야 말았다. 스가와라는 낯선 현관을 바라보았고 자신의 집이 아닌 척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다니는 소리가 났고 해제 버튼이 전자음을 냈다. 스가와라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금속성의 소리가 온 집안을 뒤흔들었고 경험한 적 있는 충격은 여전히 스가와라를 뒤흔들었다. 스가와라는 입술을 끌어올렸다. 안녕, 쿠로오.



*


스가와라는 쿠로오를 아주 오래 전부터 알았다. 둘은 모두 고아였고 뻔하게 친했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순간 갈라졌다. 스가와라는 평범한 가정에 입양되었고 쿠로오는 입양되지 못했다. 사람들은 어쨌든 사고를 치지 않는 쪽을 더 선호했다. 스가와라는 몇 번인가 쿠로오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충고라는 단어를 모를 때였다. 가만히 지내. 그 애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었다. 나도 그러고 싶어. 그리고 그 이후로 스가와라는 평범하게 자라 평범한 대학에 갔으며 어느 작은 학원에 강사로 취직했다. 그건 평범한 삶이었고 고아원은 평범하지 않았다. 쿠로오는 고아원에 속했다. 스가와라는 아주 오랫동안 바람 한 번 일지 않도록 조심하는 걸음을 걸었다. 그리고 스가와라는 어느 순간 예고 없이 자신의 앞에 멈춰서 있는 그림자를 보았다.


오랜만이야.  


그는 스가와라를 확신했다. 스가와라가 아닌 스가와라를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스가와라는 잠깐 멈칫했다. 얼굴은 전보다도 날카로웠고 군데군데 상처가 있었다. 향수 냄새가 진하게 났다. 쿠로오일까, 잠깐 고민하고 스가와라는 가까스로 그러게, 라고 말했다. 스가와라는 쿠로오를 올려다 볼 필요가 없던 때를 기억해냈다. 희미했다.


잘 지냈나 보네.


쿠로오는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에 생채기가 가득했다. 스가와라는 너도, 라고 말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아니면 너는? 스가와라는 쿠로오가 그 뒤로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할 수 없어서 말끝을 흐렸다. 쿠로오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다행이다. 라고 말했고 손을 잠깐 말았다가 폈다. 입술을 뭐라고 벌렸다가 도로 닫았다. 망설이는 걸 알았지만 스가와라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는 가까스로 편입된 평범의 세계를 지나치게 사랑했다. 결국 말하는 것은 쿠로오였다. 


다음에 만나면 스가, 라고 부를게. 

 

스가와라는 결국 웃었다. 그 이름 두 글자가 쿠로오에게 소중했다. 그는 평범의 세계에 편입되고 싶어한 열등생이었다. 스가와라는 때 아닌 포용을 베풀고 싶어지고 말았다. 싸구려 우월감과 궤를 같이 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명함을 건넨 것은 스가와라였고 그는 그 뒤로 그 선택을 오래오래 후회했다. 쿠로오는 명함을 받아들고 어정쩡하게 웃었다. 학원 이름이 적힌 명함은 어떻게든 스가와라의 일상일 수밖에 없었다. 쿠로오의 것은 될 수 없었다. 쿠로오는 명함이 있었고 거기에는 무얼 하는 회사인지 모를 이름이 적혀있었다. 아, 아마. 스가와라는 얼굴의 상처와 양복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어떤 지류의 흔적으로 추측했다. 날붙이를 들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남는 흔적들이었다.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을 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성인(聖人)처럼 웃었다. 흉내에 불과했다. 


   

*


쿠로오는 몇 번인가 스가와라의 공간 바깥에서 기다렸다. 그는 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어떤 금기처럼 여겼다. 마치 자기는 절대 여기에 속해서는 안 되는 사람처럼 굴었다. 스가와라는 쿠로오의 착각을 방기했다. 그건 역(逆)도 마찬가지였고 서로는 서로의 공간 안에서 이방인이었고 침입자였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질기게 서로를 붙들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끌려가기 위해 애썼다. 쿠로오는 가끔은 자기에게서 싫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스가와라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고 쿠로오는 몰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쿠로오는 일탈과 일상의 경계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 존재가 원래는 없었다는 것을 잊을만큼 오랜 시간이었다. 그 시간 속에 몇 번의 포옹과 입맞춤과 섹스가 있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건 없는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나 말이야, 나를 너무 사랑해. 스가와라는 자신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껴안은 것이 커지고 있어서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학생들이 스가와라에게서 향수 냄새가 난다고 말했을 때 스가와라는 어떤 기쁨을 느꼈고 깊게 절망했다. 어떻게든 표절하려고 노력했던 평범은 더 이상 거기 없었다. 스가와라는 자신이 얼마만큼 스가와라이고 얼마만큼 쿠로오인지 몰랐다. 평범의 세계에서 경험한 적 없는 것이므로 스가와라는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가름하기 어려웠다. S선생님, 저 말이에요. 향수 냄새가 나나요? 스가와라는 입술 사이로 튀어나오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옆자리 강사에게 물었다. 강사는 스가와라가 말 거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조금 그런것 같기도 해요. 교무실의 여선생들은 그 냄새가 별로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속으로 비웃었다. 스가와라는 그것을 어서 향의 주인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    



나 말이야, 아마 조금 멀리 갈지도 몰라. 스가와라는 말할 기회를 잃었다. 놀란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애썼다. 쿠로오는 단단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스가와라는 전근이야? 라고 물었고 쿠로오는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가와라는 쿠로오가 하는 일에 전근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태까지 모른듯이 굴었어서 도리가 없었다. 그냥 어깨를 두드렸고 평소와 같이 잤다. 아마 쿠로오의 의무감을 덜어줄 때는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볼 수 있는 거지?     


엉망인 채로 스가와라는 말했다. 쿠로오는 웃었다. 스가와라는 따라 웃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겁게 거기 머물렀다. 그리고 며칠 후에 스가와라는 뉴스에서 폭력배들의 싸움에 관한 뉴스를 보았고 몇 명의 사상자가 있다는 소식 역시 들었다. 그들은 범법자였으므로 뉴스는 그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신상정보는 감춰졌고 스가와라는 과연, 하고 생각했다. 쿠로오는 일주일 동안 연락을 끊었다. 그건 명확한 지표였다. 스가와라는 이번에도 추측할 수밖에는 없었다.



*


오랜만이네, 처음 그렇게 말하는 얼굴을 보았을 때 스가와라는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렸다. 네가 왜 여기 있어? 하지만 스가와라는 모르는 척에 능했다. 그러게, 라고 대답하며 가방을 줍는 대신 떨리는 손을 감췄다. 그래, 네가, 아니었을, 지도, 몰라... 하지만 그는 명백히 남아도는 때에만 있었고 윤(閏)이라는 글자를 쓰는 때만 존재했다. 잉여의 호흡들을 모두 그러모아 소모하는 것이라고 언젠가 장난스럽게 생각했다. 어쨌든 4년에 한 번씩 쓰이는 칫솔과 밥그릇등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켰다. 이제 영역을 잃은 사람에게 스가와라의 집은 유일한 공간인 것이 분명했다.   


돌아온 쿠로오는 전과 마찬가지로 티비를 보고 밥을 먹고 스가와라를 껴안는다. 스가와라는 이 모든 것이 무서웠다. 애저녁에 벗어나버린 평범의 기준이 문득 그리웠다. 


쿠로오.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는 남자가 있다. 스가와라는 끝까지 자신에게 말하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했다. 결국 쿠로오의 그림자 안에 있었을 뿐이야. 그렇게. 죽었다고 추측되는 남자는 스가와라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스가와라는 4년마다 돌아오는 쿠로오는 연속적인지, 아니면 반복되는 것일 뿐인지 궁금했다. 쿠로오, 저번에 놀이공원 갔던 거 기억해? 쿠로오는 잠깐 애매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가와라는 놀이공원을 좋아하지 않았다. 행복이 넘쳐흐르는 것 역시 평범과는 멀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다 자라서 만났기 때문에 놀이공원 대신 술을 마셨다. 스가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울고 싶었다. 이건 정말로 머무르는 것에 불과하다. 누군가의 마지막 자비 아닐까. 그건 자신이 쿠로오에게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이건 우월감이다. 참을 수 없었다. 열등한 존재는 알량한 자비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이번의 쿠로오도 평소와 똑같이 식사를 하고, 티비를 본다. 스가와라는 모든 의존증을 고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다. 스가와라는 입술을 한 번 핥았다. 쿠로오, 우리 고아원에 가자. 쿠로오는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거기 싫어하지 않아?


그렇다. 하지만 가야 했다. 스가와라는 떠난 후로 거기에 가지 않았고 그래서 그곳의 흔적들을 지우지 못했다. 스가와라는 이제야말로 모든 흔적을 지울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여기에 남은 스가와라만이 진짜일 거고, 거기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테니까. 스가와라는 막무가내로 굴었다. 왜냐하면 쿠로오에게는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스가와라가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것을 봐야했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내가 더 이상은 그때의 스가와라이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아줘. 스가와라는 모르는 척 했기 때문에 돌려말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가는 거야. 


쿠로오는 영문 모를 표정으로 스가와라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스가와라는 쿠로오가 말 없이 끌려와주는 것에 대한 감사를 느꼈다. 끝까지 다정한 사람. 그래서 스가와라라는 인간의 치부까지를 알아도 이해할 수 있었을 거야. 고아원은 멀지 않고 전보다 훨씬 낡은 모습으로 스가와라의 앞에 섰다. 과거의 원령이었다. 더 이상은 사용되지 않는 공간이었지만 스가와라는 그곳이 두려워서 손목대신 손을 잡았다. 이렇게 되어서까지 한 때나마 따뜻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


건물 안은 차가웠고 원장실은 멀었다. 스가와라는 잠긴 문을 몇 번인가 달칵였다. 낡은 소리를 내며 문은 힘없이 열렸다. 무언가를 영원히 감춰둘 수는 없지. 자신이 아무리 쓸어내도 쌓이던 비탄도 그랬다. 문득 가방이 열릴까 무서웠다. 소파에 먼지가 두꺼웠다. 나 말야, 여기가 정말 싫었어. 알고 있지. 쿠로오는 대답하지 않고 스가와라의 뒤에 섰다. 


사실, 나는 너랑 같이 입양되고 싶었어. 


이곳이 떠나고 싶은 거였지, 너를 버리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 스가와라는 맥없이 중얼거렸다. 쿠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쿠로오를 입양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 의사를 모조리 거절한 건 쿠로오였고 이후 쿠로오를 입양하고 싶다던 사람들이 떠난 것은 스가와라 때문이다. 입양된 후에 스가와라는 소아성애 원장이 처벌받았다는 기사를 오래 기다렸다. 뉴스를 보는 습관은 이때 생겼다. 하지만 그런 기사는 뜨지 않았고 그 원장이 폭행한 아이에 대한 기사 역시 뜨지 않았다. 스가와라는 오래 학대받았고 두려웠으므로 얌전하게 굴었다. 다 잊으면 괜찮다고 생각한 건 단순한 사고였다. 근데 그러면 우리 키스는 안 했겠지? 스가와라가 몸을 소파에 늘어뜨린 채로 웃었다. 힘 없는 웃음소리가 먼지들 사이로 가볍게 내려앉았다. 섹스도 안 했을 거야. 그러면 지금이 더 나은가? 허공에 흩어지는 말들은 슬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스가와라의 몸 안에는 오래 간직해 온 것들이 많았다.   


쿠로오, 내가 고맙다고 한 적 없지. 


사실은 그때부터 고마웠어. 스가와라는 바닥 판자를 발로 밀었다. 판자가 덜컹거리며 밑으로 떨어졌다. 바닥대신 다른 것과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이 방에 오래 있었으니까... 스가와라가 고통스럽게 중얼거렸다. 쿠로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뭐냐고 묻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스가와라는 그 밑으로 손을 넣었다. 


어릴 때는 여기에 들어갈 수도 있었어. 이렇게 작았다니 신기하지. 


스가와라가 허하게 웃었다. 그 시절에 가끔은 저곳에 몸을 숨겼고 다른 것들도 숨겼다. 달콤한 사탕과 따가운 비밀을 한 곳에 숨겨도 괜찮던 시절이었다. 스가와라가 그 안을 잠깐 헤집었다. 짠. 만화캐릭터가 그려진 스케치북 표지가 들려 나왔다. 너 주려고 했었던 건데. 


너...


쿠로오는 말을 자꾸만 멈췄다. 사이에 끼어드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창은 양 쪽 모두에 날을 달고 있어서 둘 모두 괴로웠다. 스가와라가 스케치북 표지를 뒤집었다. 삐뚤빼뚤한 글씨가 넓게 써있었다. 글자마저 아직 덜 자란 티가 역력했다. 이런 것도 편지라고 쳐 줘? 


어쨌든 내가 읽을게. 쿠로오, 항상 나 대신 원장님한테 혼나게 해서 미안해. 앞으로 그러지 마. 혼나면 아프니까. 고마...워. 스가와라는 눈을 늘어뜨리고 웃었다. 가느다란 웃음소리가 자꾸만 빠져나왔다. 그건 너무 작고 얇아서 울음과 구분하기 힘들었다. 스가와라가 결국 바닥에 엎드렸다. 웃음이 자꾸만 엎드린 팔 사이로 새어나왔다. 마음 어디가 고장난 사람마냥 굴었다. 스가와라, 괜찮아? 쿠로오가 옆에 쪼그려 앉았다. 등을 가만히 건드리는 손이 느렸다. 웃음이 텐션을 높였다. 스가와라는 더 크게 웃었다. 웃음인데도 끝이 날카로웠다. 괜찮냐고?


너야말로, 괜찮지 않잖아. 


쿠로오가 입을 잠깐 벌렸다가 다물었다. 너야말로, 너야말로... 괜찮지 않잖아! 소리치는 얼굴이 젖어 있었다. 처참한 표정으로 가시를 자꾸만 뱉어냈다. 잔뜩 무너진 사람의 얼굴이었다. 쿠로오, 나, 이제, 여기 들어갈 수 없을만큼 컸어. 정말이야... 울음이 자꾸 섞이는 바람에 쿠로오는 듣기 괴롭다고 생각했다. 스가와라는 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이제, 나를 지켜주지 않아도, 괜찮아...


하얀 무언가가 탁, 소리를 내며 꺾였다. 쿠로오가 하, 하고 차가운 숨을 쉬었다. 무게가 없어 내려앉지 못하는 숨이었다. 쿠로오, 이제 괜찮아. 그건 오래 기다린 끝에 자란 아이의 말이었다. 이제서야 타자를 위로할 수 있게 된 사람의 언어였다. 처음의 단어는 서툴고 못갖춘 부분이 있어 듬성듬성했다. 하지만 오래 지켜보느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거기 있었다. 고마워, 고마워... 스가와라는 수도 없이 되풀이했다. 그 안에서 그 말들을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밖에 없었다. 스가와라는 새벽이 올 때까지 울었고 위로했다. 고개를 들 수 없어 엎드린 채였다. 바닥에 있는 것들까지 끄집어 내느라 똑바로 설 수 없었다. 그러면서 스가와라는 쿠로오의 다정한 웃음소리를 들었고 이번에도 추측했다. 마지막이구나. 추측은 엇나가는 경우가 적었다. 스가와라는 더 오래 울었다. 



*


스가와라 선생님, 요새 잘 웃으시네요. 강사 S가 말했다. 좋은 얘기죠? 스가와라가 적당히 받아넘겼다. 스가와라는 평범의 세계로 돌아갔다. 오래 섞이려고 노력했던 만큼 다시 섞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어떤 허공을 생각했고 영원히 뛰어넘을 수 없는 사람을 생각했다. 보낸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건 그렇게 되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는 어쩔 수 없었다. 교재를 정리하는 손이 잠깐 멎었다 다시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근데 선생님 그 액자에 편지 뭐에요? 뭐 동생이 써 준 건가? 스가와라는 웃으며 액자를 뒤집었다. 아뇨, 제가 어릴 때 쓴 거에요. S는 잠깐 감탄사와 귀엽다는 이야기를 섞어서 말했다. 스가와라는 잠깐 그 편지를 떠올렸다. 고마워. 셀 수 없는 단어가 그 안에 담겨 있다. 두 사람 몫의 생애가 스가와라의 숨에 매여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조금 나중에 만나자... 참을 수 없는 것은 눈물만이 아니었다. 닫힌 상실 뒤에 모두에게 공평한 햇빛이 따라붙었다.          






먼가 요새는 정말 짧다... 왜인지 머름 걍 짧아ㅠㅠㅠ 누가 제목 좀 지어줬으면... 나중에 제목 수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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