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라도 깔아야겠고... 이렇게 나도 모를 걸 올려도 되나 싶고... 구여친이 언급된답니다...  







스가와라는 태어났을 때부터 버려졌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나 머리카락 색깔마저 옅었고 무게가 없었다. 발견되었을 때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고 했다. 그를 키운 마담은 술을 마시면 가끔 그 이야기를 하며 킬킬대곤 했다. 그 어린 아이가 말야, 뭘 그렇게 붙잡고 싶었는지. 스가와라는 말 없이 마담의 술잔을 채웠다. 마담의 눈은 예전에 죽었다. 시체의 눈이 스가와라를 길게 훑었다. 그런것 치고는 잘 자랐지. 그것 역시 습관같은 말이었다. 스가와라는 눈을 감았다. 오리로 태어났으니 백조는 될 수 없다. 마담은 자주 스가와라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더 드세요. 투명한 액체에서는 알코올 냄새가 난다. 이곳의 모든 것들은 저 냄새에 절었다. 씻을 수 없는 출신의 냄새다. 마담은 그 오욕을 잘도 삼켰다. 그녀는 오래 이곳에 있었지, 스가와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성녀가 아니다. 액체가 줄줄 흘러 소파를 적셨다. 마담은 알코올에 절어 자신이 젖는 것도 모른채 즐거워했다. 무지가 그녀를 구원했다. 하지만 모성애의 부재는 스가와라를 일깨우고 말았다.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그늘만을 보고 자라서 많이 물들었다. 알코올이 흐른다. 스가와라는 발 밑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괜찮아? 밖에서 기다리던 사와무라가 물었다. 사와무라도 이곳에 오래 있었다. 스가와라는 가끔 사와무라가 이 장소와 아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여기는 천박한 붉은 조명과 헐벗은 사람들의 자리다. 알코올이 모든 것을 절여 흐물흐물하게 만든다. 괜찮아, 스가와라는 대답했다. 사와무라가 걱정스러운 눈을 했다. 스가와라가 손을 내저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괜찮아.


스가와라는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그렇게 웃는 것은 어느 남자에게 웃지 않는다고 뺨을 얻어맞은 후로 배웠다. 하지만 사와무라는 윤곽이 단단해서 자주 가면에 균열을 냈다. 시선이 균열을 꿰뚫었다. 스가와라 자신도 이제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무서워서 고개를 돌렸다. 


나 들어간다. 뒷정리 좀 해줘. 


스가와라가 눈짓하자 사와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의 발자국 소리가 좁은 홀을 울렸다. 뒷문은 열려있다. 붉은 등이 점령하고 있는 영역을 벗어나자 파스텔톤의 공기가 만연했다. 모르는 새 날이 밝았다.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지만 스가와라의 해는 이 시간에 진다. 스가와라는 잠깐 멈춰섰다. 마지막의 태양빛을 붙잡기라도 하려는듯이 손을 뻗었다. 레고 블럭처럼 조그맣게 보이는 사람들이 손에 가려졌다가 도로 비친다. 스가와라가 내뱉는 숨은 알코올과 같아서 쉽게 증발했다. 담은 것이 많아서 버티느라 무거운 숨들과는 다르다. 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까만 그림자만 뒤를 따랐다. 




*


스가와라.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사와무라다. 스가와라는 이곳에서 오래 지낸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아, 하고 입을 열자 탁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세 시야. 사와무라가 시계를 가리켰다. 스가와라가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잠이 자꾸만 달라붙는다. 악몽처럼. 그렇지, 꿈을 꿨다. 하얀 옷을 입은 어머니가 나왔다. 그러니까 잠이 달라붙는 것은 거짓말을 꿈꾼 벌이다. 괴롭다. 어쩐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몸 안 어딘가가 시리다. 꿈은 아무래도 좋으니 누워만 있고 싶었다. 간신히 입을 열어 사와무라에게 대답했다. 


고마워.


사와무라는 응, 하고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잠깐 이불을 내려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담은 스가와라를 동정하지 않기 때문에 어줍잖은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차라리 아주 아파서 앓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열이 펄펄나고 얼굴이 창백해져 버려서 누가 봐도 아픈 사람이라면.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스가와라는 늘 앓던 것을 앓고 있을 뿐이었다. 사와무라만이 스가와라를 관조했다. 아직 죽지 않은 눈동자가 또렷했다. 이렇게 가까이서 부딪힌 것은 처음이라서 스가와라는 잠깐 머뭇거렸다.


너 어디 아파?


단단한 윤곽이 다시 스가와라를 파고들었다. 단단한데 날카롭지는 않았다. 모서리가 푹신한 말이었다. 스가와라는 무심코 긍정할 뻔 했다. 고개를 잠깐 숙였다가 도로 얼굴을 들었다. 가면이 얼마나 튼튼한지 모르겠다. 걱정되었다. 그냥 졸려서 그래, 스가와라는 대답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거짓말 하지 마.


스가와라는 짧게 웃고 대답했다. 내가 뭐하러 거짓말을 해? 사와무라는 말하지 않았다. 고요가 아무도 모르게 흔들린다. 스가와라는 사와무라의 존재감을 처음으로 체감했다. 그리고 다시금 그가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곳이 아니라면 그는 틀림없이 오전 6시에 일어나서 만원인 지하철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오직 그런 사람들만이 이곳에서 저만큼의 중량감을 갖고 저런 숨을 뱉는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렇지만 그게 전부다. 스가와라는 사와무라에게 무엇을 필사적으로 숨길 의무는 없지만 모든 것을 말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는 스가와라에게 외부자다.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가까워지지 않고 가깝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든 숨길 수 있다. 영원히 이 평행궤도를 달릴 것이다. 스가와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가와라의 발 밑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흔들리고 있다. 팔을 펴고 균형을 잡는다. 몸이 곧게 선다. 웃음의 껍질이 후드득 떨어진다. 사와무라에게까지 닿는다. 나 씻을게. 방을 나서는 순간까지 시선이 따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밀도가 높아서 그는 눈이 없어도 앞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단단한 사람들은 태어났을 때 무엇을 쥐고 있었을까 생각했다. 허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와무라는 여기에 있나.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졌다. 앞을 가렸다. 문득 사와무라에게서는 알코올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


어지럽다. 어지럼증이 스가와라를 하루 종일 싸고 돌았다. 손님을 받는 도중에도 그랬다. 흔들리는 숨소리와 달아오른 살이 파편처럼 뇌에 박혔다. 쾅, 쾅, 소리를 내면서. 머리가 침대에 부딪혔다. 아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딘가가 고장났다. 그게 평소의 고장난 곳인지 아니면 새로 고장난 곳인지 모르겠다. 고장나 다물리지 않는 입에서 소리가 계속 멋모르고 새어나간다. 낡은 이불을 말아쥐었다. 벨소리가 난다. 시간이 끝났다. 쾅, 쾅, 쾅. 머리가 자꾸 흔들린다. 혼미하다. 평소라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뇌에 낀 안개가 스가와라의 말을 전부 먹었다. 대책없이 흔들리고 있다. 고개가 우로 꺾였다가, 아래로 처박혔다가, 어딘지도 모르게 들렸다가. 벨소리가 다시 난다. 팔을 뻗어서 받으면 된다는 걸 아는데. 무기력이 스가와라의 팔을 가져갔다. 쾅, 쾅, 쾅... 


실례합니다.


친절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흐려진 머릿속을 각진 목소리가 찌른다. 스가와라는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은 알코올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가 떨어져 나갔다. 스가와라는 걸레같은 이불짝을 둘렀다. 문이 아직 열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방금의 남자는 스가와라와 몸을 섞어서 흔들리는 걸음으로 걸었다. 남자도 이제 병을 앓을 것이다. 걸음을 저는 남자는 팔이 멀쩡해서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갔다. 스가와라는 혼자 남았지만 오후 세 시의 시선이 열린 문 사이로 스멀스멀 새어들어왔다. 스가와라를 향했다. 들어와도 돼. 스스로도 목소리가 어지간하다고 생각했다. 딱딱한 구두굽 소리가 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난다. 


사와무라.


스가와라는 그 발소리가 아주 가까워지고 나서야 고개를 돌렸다. 사와무라가 미간을 좁혔다. 여태 스가와라를 위해 인상을 찡그려주는 사람은 몇 없었다.


나 아픈 것 같아.


사와무라는 타박하지 않는다. 다만 손을 뻗어 스가와라의 이마를 짚었다. 미지근한 손이 닿았다. 미간에 골이 패인다. 너 좀 쉬어야겠다. 사와무라는 지극히 상식에 가까운 센스를 가지고 말하고 행동한다. 참을 수 없는 돌출지점이다. 스가와라가 웃었다. 약 먹으면 괜찮아. 사와무라는 한숨을 쉬면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어깨가 반듯하다. 그런데 가게에 약 없어. 스가와라가 덧붙였다. 사와무라가 눈을 돌렸다. 사와무라의 시선은 휘는 법이 없다.


나와.


사와무라가 침대 건너편에 던져진 옷가지를 눈으로 찍었다. 스가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스런 배려다. 스가와라는 마음이 쉽게 닳는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 왔지만 사와무라를 보면 딱히 그런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태양 대신 붉은 등을 보고 사는 사람들만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사와무라는 무엇을 보고 살고 있나. 닫힌 문 너머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저 문은 처음부터 사이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얇은 옷을 걸쳤다. 사와무라는 스가와라의 복장을 보고 뭐라고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입술이 잠깐 움직였다가 도로 다물렸다. 스가와라는 모른 척 했다.


약으로 괜찮아?


스가와라는 잠깐 사와무라를 올려다 보았다. 사와무라의 시선은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다. 잠깐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밤의 차가운 바람이 스가와라를 쓸었다. 스가와라가 어깨를 움츠렸다. 드물게 마주하는 달은 스가와라에게 다정하지 않았다. 대신 사와무라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스가와라를 보았다.


나 달 오랜만에 본다.


순수한 감상이었다. 뱉어놓고서 잠깐 후회했다. 민망함에 말을 이었다. 여기 너무 오래 있었나 봐. 너는 여기 얼마나 있었어? 스가와라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덧붙였다. 사와무라가 잠깐 멈칫했다. 숫자를 천천히 셌다.


잘 모르겠네. 한 6년.


사와무라는 머쓱한듯이 말했다. 스가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6년은 사와무라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23년이면 달랐을까 생각했다. 자신만큼 오래 이곳의 불빛을 보고 자랐다면 어땠을까.


고생했네. 

나도 내가 이렇게 오래 있을줄 몰랐는데.


사와무라가 멋쩍게 말했다. 조금 우스웠다. 스가와라는 그가 백조로 태어났다는 것을 상기했다. 다들 그렇지. 스가와라는 말했다.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들 자신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 적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떤지는 관심 없었다. 그 어떤 구질구질한 사연도 스가와라만큼은 아니었다. 사와무라는 묵묵히 걸었다. 달빛에 그림자가 생겼다. 스가와라가 문득 말했다.


어릴 때 그림자를 보면 좀 무서웠어.

왜?

그냥. 나를 닮았는데 까맣잖아. 그리고 좀 더 진해보여서. 그래서 이상했어.


그런데 그냥 살다보니까 아무것도 아니더라. 스가와라의 말에 사와무라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달빛이 어린 스가와라의 그림자를 비췄다.


나는 여기서 자랐어.


그래서 그냥. 이제는 좀... 잘 모르겠네. 말이 어정쩡하게 끝을 맺었다. 습관처럼 입꼬리가 끌려 올라갔다. 머리카락이 눈을 가렸다. 사와무라가 걸음을 삐끗했다.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스가와라가 고개를 들었다. 약국 간판이 저 멀리 시야 끝에서 반짝반짝 빛을 냈다.  


그런데 사실 아직도 가끔 내 그림자가 남들보다 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웃기지. 평소보다도 낮은 목소리였다. 사와무라는 몇 번인가 걸음을 멈췄고 몇 번인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사와무라의 그림자가 가까워졌다가 도로 멀어지는 것을 스가와라는 계속 보았다. 서툰 몸짓이었다. 스가와라는 사와무라가 누구를 위로해 본 적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림자가 더 진해지는 게 싫으면 빨리 나가. 


목소리에도 그림자가 졌다. 스가와라는 괜한 소리를 한 것을 후회했다. 너무나도 유치한 말이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정상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이건 태양을 보고 자란 사람에 대한 열등감일까. 혹시라도 사와무라가 대답할까봐 두려워서 재빨리 약국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사와무라는 천천히 뒤에서 걸었다. 신중한 걸음이었다. 그것마저도 스가와라는 갖지 못한 것이었다.




*


스가와라는 아무렇지 않게 사와무라에게 계산을 떠넘겼다. 손에 들린 까만 비닐봉지가 바스락대는 소리를 냈다. 이런 소리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사와무라가 큼큼, 목을 다듬었다. 어쩐지 싫었다. 


나는.


사와무라의 목소리는 그림자가 없다. 스가와라는 사소한 것에서 패배감을 느꼈다. 


처음에 여자친구가 여기서 일했어.


여자친구? 스가와라가 눈을 돌렸다. 사와무라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드문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은 가지고 있으면 소중하지 않다고 여겼다. 분명 스가와라 자신도 아마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놓치고 있을 것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태양을 보고 자랐을 사와무라라는 것이 스가와라를 놀라게 했다. 사와무라는 스가와라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바보같지.


스가와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와무라는 괜히 바닥을 구두로 몇 번 찼다. 코가 금방 더러워지면서 흙먼지가 작게 일었다. 그냥 걔를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었어. 걔가 행복했으면 하고 바랐거든.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걔가 여기서 죽었어.


그 전에는 그래도 언젠가 여기서 나가야겠다, 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그냥 갑자기 아무 생각이 안 들면서 내가 밖에서 제대로 살 수 없을 것 같았어. 사와무라는 그림자도 없이 웃었다. 어둠조차 없어서 더 쓸쓸한 웃음이었다. 스가와라는 손을 뒤로 감췄다. 봉투가 바스락거렸다. 스가와라는 자신 역시 서툰 사람이라는 사실을 재발견했다.


그러니까 너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와무라가 고개를 바닥에 박았다. 스가와라의 기분도 바닥으로 처박혔다. 쌩쌩 찬바람이 불었다. 사와무라, 모르는 모양인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아파.


그러니까 그런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스가와라가 딱 잘라 대답했다. 찬 공기가 다시금 스가와라를 쓸어갔다. 쓸려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와무라가 스가와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바람과 다르게 따뜻했다. 무거운 숨을 쉬는 사람들의 심장은 빠르게 뛰는 모양이었다. 그래, 정말로 사와무라는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와무라는 외부인이다. 이방인이다. 그는 공유할 수 없다. 


스가와라.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온기가 돈다. 숨이 스가와라의 피부에까지 닿는다. 스가와라는 제 성이 그렇게 다정한 이름이었던가 생각했다. 아니면 이것 역시 그가 철저한 외부자이기 때문일까. 스가와라는 입을 애써 다물고 잇새로 새어나가는 바람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나랑 같이 나갈래?


그러면 괜찮을 것 같아. 이곳의 사람들은 쉽게 돌려말하고 남을 속였다. 거짓이 그들의 삶을 원색으로 포장했다. 하지만 사와무라는 양지의 사람이라서 이곳의 방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스가와라는 입을 벌렸다. 희망이 비누거품마냥 공중으로 퍼졌다. 하지만 스가와라는 그것들이 입을 닫는 순간 사라진다는 것을 안다. 그는 너무 오래 여기에 있었고 알코올 냄새가 나는 한 그가 여기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사와무라는 조금 더 빨리 말했어야 했다. 스가와라는 소리내어 웃었다.


내가 못 그럴 거 알잖아.

그게,


사와무라는 말을 멈췄다. 스가와라는 자신이 어느 순간 마담과 같은 눈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갈 거면 지금 나가. 지금이면 모르는 척 해 줄게.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갑자기 병이 심해진 기분이 들었다. 잡은 적 없는데 빼앗길 수가 있나. 머리를 짚었다. 사와무라의 그림자는 스가와라의 것보다 확실히 연하다. 사와무라가 스가와라를 응시했다. 어제 처음 마주한 눈은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들어가자. 


사와무라가 발을 내딛었다. 디딘 곳에 자국이 남지 않았다. 사와무라도 무게를 잃었다. 후회할 거라고 생각했다. 스가와라는 사와무라가 디딘 곳을 골라서 걸었다. 공중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이렇게 영원히 부유하며 살아갈 것이다. 사와무라도 아마 그렇겠지. 뒷골목의 사람들에게 최선의 결말이다. 가게의 문에 달린 풍경이 울렸다.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신호였다. 경주가 끝났다. 내려앉지 못하는 숨이 공중을 맴돌았다.     







아 이렇게 나도 정체 모를 아 아아앙아 나는 병이 있어 쓴걸 다 올리고 싶어하는 병... 병이다... 이걸 왜... 아... 어떡하지... 나중에 수정하자... 아아아아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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