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해리포터 au인건 무슨 목적이 있냐고요 근데 슬리데린 버릴 수 없었음이네...ㅠ0ㅠ0ㅠ0ㅠ뭔가 음 이런걸 번데기라고 부르는건가 하는 기분이 든다 그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스탠이 운전하는 구조버스 그것인데 쫌 너무 기숙사 이름 나오는 아무 마법사세계 얘기인것같은... 그래 호그와트가 뭐 도쿄에 분캠낼수도 있지...  




오후는 느리고 무거웠다. 둘 다 할 일이 없어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쿠로오가 가끔씩 선수들의 모형을 날아다니게 만드는 것이 전부였다. 스가와라는 베개에 볼을 뭉개면서 모형들이 옆 침대 주위를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마법을 쓸 수 있었던 때가 기억이 안 나.


우울한 목소리가 뭉그러져서 기어나왔다. 스가와라의 창문 밖에는 비가 내렸다. 한 달 내내. 쿠로오는 대답하는 대신 스가와라의 침대 옆에 놓인 쿠키 바구니를 끌어다가 밀가루만 열심히 씹었다. 사이에 박힌 초코칩이 으스러지는 단단한 소리가 났다. 추임새인지 잡음인지 모를 음음, 하는 소리가 섞였다. 스가와라는 소리나게 한숨을 푹푹 쉬었다. 기대도 안 했다는듯이 말이 이어졌다.


뭔가 그때는 행복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기억이 안 나서 상상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그때가 재밌었다고 상상하는 거지. 스가와라가 천장을 보면서 말했다. 천장에 붙은 벽지에 그려진 별자리들이 뛰어다녔다. 


그게 무슨 얘기냐면.


말이 뚝 끊겼다. 쿠로오가 목에 쿠키라도 걸렸는지 켁켁대면서 기침을 뱉었다. 스가와라가 이불 안에서 미지근하게 식은 물병을 던졌다. 눈이 세모로 서서 물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 쿠로오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스가와라가 고개를 몇 번 저었다. 얼굴이 미묘하게 찡그려졌다. 


그게 무슨 얘기냐면 너랑 있는 건 엄청 재미없다는 얘기야.


나 잔다. 스가와라가 돌아누웠다. 이불이 버석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자장가 불러줄까? 쿠로오의 목소리가 귓등을 타고 넘어갔다. 스가와라는 대답하는 대신 손을 뻗어서 가림막을 쳤다. 마감이 잘 된 차르르하는 소리가 났다. 벌써 한 달이었다.




*


스가와라 코우시가 구조 버스에 탑승한 것은 한 달 전의 일이다. 스가와라는 한 달 전의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갑자기 자신이 마법을 쓸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그렇게 느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일이었다. 그야말로 마법같이. 의심하면서 지팡이를 들었을 때 스가와라는 정말로 마법을 쓸 수 없었다. 


스가와라는 자신이 기억하는 범위 내에서는 언제나 마법사였다. 그러니까 마법사가 아닌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도망쳤다. 날씨가 좋은 밤에 캐리어를 끌면서 기숙사에서 걸어나왔다. 결계 밖으로 나왔을 때 스가와라의 앞에 구조 버스가 멈춰섰다. 차장은 스가와라에게 갈 곳이 있냐고 물었고 스가와라는 방금 잃어버린 참이었다. 오래 망설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해서 스가와라는 이 버스를 타고 떠돌게 된 것이다. 



쿠로오는 스가와라의 맞은편 침대를 썼다. 망토를 보고 서로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알았다. 쿠로오의 침대 머리에는 초록색 망토가 걸려있었다. 스가와라는 속으로 진저리쳤다. 슬리데린. 어쨌든 둘은 침대에 앉아서 서로 여러가지를 질문했다. 쿠로오는 이 버스에 학생이 타는 것은 드문 경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웃었다. 스가와라는 호그와트를 5년 다녔지만 환하게 웃는 슬리데린 학생은 그때 처음 보았다.


쿠로오는 이 버스를 탄지 두 달이 지났다고 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있었냐고 묻자 쿠로오는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다. 전혀 조급하지 않은 어조로 이 버스의 외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하지만 쿠로오도 이 버스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를리 없었다. 둘 모두 바깥에서 왔다. 그래서 스가와라는 그 대답이 거짓말이라고 추측했다.


스가와라가 구조 버스에서 느낀 가장 큰 특징은 흔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버스는 누군가가 머물렀던 얼룩이나 냄새가 없이 하얗고 깨끗한, 무색 무취의 공간이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머무르고 흔적을 남기는 공간이 아니다. 떠나기 위한 사람들의 공간이구나. 스가와라는 그 하얀 침대에 누워서 쿠로오의 침대 옆에 달린 창문을 보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었다. 바깥에서 바람이 부는지 나무로 된 창틀이 덜걱거렸다. 그때 스가와라는 곧 도착한 참이었기 때문에 스가와라의 창문 밖으로는 도쿄의 야경만 빛나고 있었다. 제 창문 너머를 보고 있는 스가와라를 보고 쿠로오는 혀를 가볍게 찼다.


너도 안개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가라앉은 목소리였고 스가와라는 그게 굉장히 피곤한 목소리 같다고 생각했다. 스가와라는 잠깐 입을 열었다가 도로 닫았다. 쿠로오는 고개를 사선으로 기울이고 앉아있었다. 눈이 가느스름했다. 스가와라는 그 안에서 뱀을 보았다.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하고 대답했다. 쿠로오는 눈을 찌그러뜨리면서 웃었다. 스가와라는 웃기지도 않은데 왜 웃냐고 말하려다가 초록색 망토를 생각하면서 그만두었다.




*


버스 안은 끝도 없이 늘어선 침대들의 행렬이었다. 대체 이 버스는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는 걸까 스가와라는 가끔 생각했다. 버스는 늘 일본 어딘가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누군가를 태웠다. 길을 잃은 마법사라면 누구에게나 허락된 공간이었다. 스가와라는 그 버스에 있으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자신의 침대를 지나쳐가서 아무 흔적도 없이 새 것 같은 침대에 자리잡는 것을 몇 번이고 보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리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애초에 여기에 내리는 문이 있었나? 하차에 관한 스가와라의 질문에 쿠로오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어떻게 내리냐고 묻는 거야?

그래.


쿠로오는 활짝 웃었다. 눈이 가로로 가느다랗게 말려들었다. 스가와라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는 점술은 꽝이겠다.

뭐?

마음의 눈을 좀 떠 봐.

 

스가와라가 얼굴을 찡그렸다. 쿠로오는 아주 재밌다는듯이 입 꼬리를 당겼다. 


대체 무슨 소리야?

왜 그런 거 있잖아. 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그래야 진짜 마법사지.


너는 내리려면 한참 걸리겠다, 하면서 쿠로오가 빙글빙글 웃었다. 스가와라는 제대로 된 대답을 포기했다. 쿠로오는 여전히 둥글게 휘어진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내리는 사람을 본 적은 있어?

마음의 눈으로는 뭐든 볼 수 있지.


쿠로오는 늘어서 있는 침대들을 대충 훑으면서 대답했다. 무성의한 대답에 스가와라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러니까 본 적 없네.

네가 몰라서 그래.

대체 뭘!


쿠로오가 손가락을 세워서 흔들었다. 스가와라는 꽉 막힌 목을 가지고서 맞섰다. 버스에 타고 나서 이렇게 빙빙 돌아가는 대화는 또 처음이다. 쿠로오는 도저히 입을 열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스가와라가 손을 내저었다. 잊어 버려. 쿠로오는 여전히 웃고 있을 뿐이었다. 스가와라는 도로 제 침대에 주저앉았다. 매트리스가 퍼석하게 가라앉았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동전 몇 개가 철제 난간에 부딪히면서 쇳소리를 냈다.


야.


스가와라가 천장을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궁수자리를 보면서 말했다. 쿠로오는 무릎밖에 보이지 않는 건너편의 침대를 보면서 왜, 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이 버스에 두 번 타는 사람도 있을까?


길을 잃고 싶어서 잃는 사람은 없을 거 아냐, 그러면 돌아올 수 있을까. 얼굴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느리게 흘러나왔다. 쿠로오는 그제서야 완전히 소리내어 웃었다. 스가와라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너 퀴디치 해본 적 있어?

아니.

그럼 잘 들어.


퀴디치는 스니치를 잡으면 끝나는 경기란 말이야. 스니치를 잡으면 한 번에 150점을 얻는다고. 그런데 스니치를 잡는다고 무조건 이기는 게 아니야. 그 전에 200점씩 뒤쳐지고 있었으면 스니치를 잡아봤자 그 경기는 꽝인 거고. 그러니까 수색꾼은 때를 잘 노려서 스니치를 잡아야 돼. 안 그러면 열심히 해놓고도 지니까.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아니, 스가와라가 입술을 깨물면서 대답했다. 쿠로오는 웃음기를 지우면서 아주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한 경기에서 150점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밖에 없는 거야. 그게 규칙이야. 경기에서 지더라도 한 번 기회를 쓰면 끝이야. 끝이라고. 


이제 알겠지? 입꼬리가 도로 말려 올라갔다. 쿠로오가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평소처럼 선수들의 모형이 침대 주위를 빙빙 돌았다. 스가와라는 잠자코 들었다. 쿠로오가 이 버스에 오른 이유가 뭘까 처음으로 궁금했다.


 


*


잠에서 깨어났을 때 스가와라는 쿠로오의 침대에서부터 넘어오는 라디오 소리를 들었다. 여성 앵커가 빠르게 속보를 전했다.


‘… 이번의 연쇄 살인으로 집계된 피해자는 총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범인은 각 피해자들로부터 피를 소량 적출한 것으로 보이며, 범행 날짜는 패턴대로 달이 뜬 밤인 것으로 밝혀져…’


스가와라가 인상을 찡그렸다. 쿠로오는 건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완전 마법사잖아.

맞아.

죽은 사람들도 다 마법사겠네.

그것도 맞아.


스가와라가 소름돋는다는 표정을 했다. 쿠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턱이 들려서 표정은 알 수 없었다. 학교는 안전할까, 스가와라가 중얼거렸다. 침대 밑의 그늘에서 아마, 하는 대답이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보안 카메라가 여러분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라디오의 광고 멘트가 요란하게 뒤를 이었다. 스가와라는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대체 이런 일은 왜 생기는 거야.


대답이 없었다. 스가와라는 신경도 쓰지 않고 혼자 말을 이었다. 말도 안 된다, 굳이 죽여야 하나, 틀림없이 사회부적응자일 것이다, ... 한참 이어지던 도중에 쿠로오가 버스 통로로 나와 침대 난간에 걸터앉았다. 이불청이 바스락거렸다. 동의를 구하려던 스가와라는 말을 뚝 멈췄다. 눈 안에 뱀이 있다. 


그렇게 무서워? 


스가와라는 시선을 살짝 피했다. 쿠로오가 낮게 숨쉬는 소리가 통로를 건너서 들렸다. 가쁜 소리였다. 쿠로오가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죽었다고.

그게 그렇게 무서울 일이야?


스가와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뱀이 쉿쉿,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기었다. 스르륵 사라지는 꼬리의 끝이 눈동자 위로 사라졌다.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아닌 것 같아. 쿠로오가 반쯤 닫힌 눈을 느리게 열었다. 그러면 왜?


나는 네가 제일 무서워.


하, 하, 하, 쿠로오가 찬바람 나게 웃었다. 소리가 느리게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쿠로오가 눈을 세로로 세웠다. 송곳니같은 시선이다. 웃지 않는 눈 밑으로 입술이 길게 찢어졌다.


그거 잘됐네.


쿠로오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스가와라는 쿠로오를 잠깐 보다가 돌아누웠다. 가림막을 내리지 않은 것은 자존심이다. 건너편의 침대에서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천끼리 부딪혀서 쓸리는 사박이는 소리만 났다. 스가와라는 한 달 내내 우기였던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 밖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비가 내려도 아무것도 젖지 않는다. 오로지 비가 내리고 있을 따름인 곳이다. 물기가 필요한 곳들이 많아서 아까웠다. 




*


스가와라가 눈을 찡그리면서 하, 하고 텅 빈 한숨을 쉬었다. 쿠로오의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 스가와라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하얀 침대였다. 다시 이곳을 거쳐갈 누군가를 기다리는 공간이다. 침대맡에 달린 초록색 망토나 창 밖으로 볼 수 있던 안개는 사라졌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다시 도쿄 어딘가의 네온이 반짝였다. 


그리고 스가와라는 다시 마법을 쓸 수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처음 사라졌을 때처럼 난데없는 생각이었다. 스가와라는 조금 의심하면서 베개 밑에 두었던 지팡이를 꺼내서 흔들었다. 지팡이 끝에서 불꽃이 튀었다. 침대 천장 안으로 불꽃이 빨려들어가면서 불꽃놀이 마냥 펑펑 터졌다. 처녀자리가 폭발하는 자리로부터 힘겹게 도망쳤다. 허탈한 웃음 위로 불똥이 화려하게 부서졌다. 


돌아갈 때구나, 하고 생각했다. 스가와라는 그때 처음으로 자신의 침대 옆에 붙어있는 초록색 EXIT 표시등을 보았다. 어둠에 잠긴 버스 통로에서 혼자 빛을 내고 있었다. 이곳으로 나가면 된다고 당연하다는듯이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리는 사람을 누구도 보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쿠로오는 대체 이 표시등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생각했다. 아니, 그 애가 애초에 이 버스에 탈 필요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언제나 쿠로오는 여유로웠다. 처음부터 길을 잃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스가와라는 자꾸 점멸하는 시야를 붙잡았다. EXIT! 출구가 빛난다. 천천히 걸음을 딛었다.




*


스가와라가 돌아왔을 때 이미 교정은 시끄러웠다. 초록색 물결이 굽이치고 있었다. 슬리데린의 적자(嫡子)가 돌아왔다! 구호같은 말이 학교를 파도처럼 휩쓸었다. 시계탑 위에 걸린 초록색 망토가 개선장군처럼 펄럭였다.


쿠로오 테츠로, 신음처럼 이름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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