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쿠로오 테츠로는 자랐다.


무감한 섹스의 후였다. 스가와라는 매트리스 위에 늘어져 있었다. 이불을 돌돌 말고 누워있는게 꼭 누에같았다. 자나. 쿠로오가 자켓을 뒤져 라이터를 꺼내자마자 이불 안에서 담배 피지 마, 하는 목소리가 났다. 쿠로오가 낮게 웃고는 다시 스가에게 엉겨붙었다.


"눈치 백단."

"소리 나잖아."

"넌 담배 싫어하더라."

"담배 피는 거 양아치같아."

"나 양아치인데. 몰랐어?"


그 말에 스가와라가 눈을 날로 세웠다. 화났나. 쿠로오가 항복의 의미로 양 손을 들고 스가와라에게서 떨어졌다. 


"나 잘 거야."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다. 이 이상 하면 혼날지도 모른다. 매트리스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쿠로오가 티비를 켰다. 잠잠한 걸 보니 이정도 소음은 괜찮은 모양이지. 무슨 프로그램인지 화면에서 고등학생들이 실컷 나오고 있다. 쿠로오가 무의식적으로 스가와라를 돌아보았다. 보이지도 않는 얼굴의 눈치를 보았다. 스가와라는 고등학생 시절을 어떤 빛깔로 기억하고 있을까, 그걸 생각하면 쿠로오는 이따금씩 두려웠다. 쿠로오에게 있어 스가와라는 고교 시절의, 아니 인생을 통틀어서 거의 유일한 선행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유일한 하양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스가와라에게 나는, 잿빛이라도 될까? 기억이 시끄러워서 티비 소리까지 먹혀 들어오자 참을 수 없었다. 쿠로오가 신경질적으로 티비를 껐다. 재생은 막을 수 없었다.


쿠로오는 스가와라의 첫인상을 모른다. 아마 스가와라를 처음 봤을 때의 자신은 스가와라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을테니까. 그건 다행인 일일까. 단순히 제 기억으로 따지면 스가와라의 첫 모습은 이지메 당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불쌍하다고 생각했고 얼굴을 보고는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간절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뒤로 스가와라를 의식했었다. 의미없이 말을 붙이거나 이름을 부르거나. 그건 암묵적인 영역 표시였다. 쿠로오가 붙어 있으면 스가와라를 건드리려는 애들은 거의 없었다. 스가와라는 가끔씩 아주 하얗게 웃으면서 고마워, 하고 말했다. 아마 그건 지금까지도 쿠로오가 스가와라의 본질은 하얀색이라고 믿는 이유일지도 몰랐다.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었지. 쿠로오가 생각했다. 그 유일의 선행은 아주 퇴색되어버린 지금이었다. 지금의 생활이 아주 비정상적이라는 것은 쿠로오 자신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이상 무너진다면 아마 인간의 품격을 상실할 것이다.





 

 02. 스가와라 코시는 변했다.


티비에서 남자애들이 왁왁대는 소리가 이불을 뚫고 들어왔다. 스가와라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목소리를 꺼내기도 귀찮다. 저 애들은 저렇게 기운찬 고등학교 생활을 하나. 스가와라의 고교는 늘 허물어질듯 유약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쿠로오와 있으면 스가와라는 언제든 다시금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은 그걸 인정하기 싫었고 그래서 차라리 무너졌으면 하고 바랬다. 하지만 기억은 그런 일을 허락하는 법이 없다.



그건 어떤 마음이었을까? 비 오는 날. 놀이터. 비명. 스가와라의 기억 속에 그때만큼 쿠로오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보였던 때도 없었다. 그 애는 누구였더라. 아마 제게 지우개를 한 번 빌려줬거나 프린트물을 주면서 웃었거나. 그냥 그런 애였다. 


얘는 너 때문에 처맞는 거야.


쿠로오가 그렇게 말하면서 그 애의 어깨를 밟았다. 멱살을 움켜쥐고 뺨을 몇대나 때리는 바람에 입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아랑곳 않고 배를 몇 번이나 걷어찼다. 제 것이 아닌 아픔인데도 미친듯이 두려웠다. 눈 앞에서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스가와라는 그때 처음 경험했다. 그토록 누군가를 원망하는 눈동자도 처음이었다. 그토록 선명한 날것의 경험이었다. 신이 준비한 문이 아무리 좁다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요. 하지만 그때의 스가와라는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묵인으로 동조자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그럴 가치 있는 목숨을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는 벗어날 마음도 들지 않았다. 포기하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날의 이야기는 사라진 것처럼 취급받았다. 누구도 잊지는 않겠지만. 아주 시시한 이야기들을 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은 간직한다. 그건 아마 다르다는 것을 확인받는 일이 무섭기 때문이겠지. 쿠로오가 자기에게 평범한 회사원인 척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거라고 스가와라는 생각했다. 사실은 몸에 늘 새로운 상처를 달고 오는 걸 보면 모를 수 없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니 스가와라는 모른 척 한다. 그러니까 이런 관계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묶인 자의 기분을 둘 다 이해한다. 학대일지라도 스가와라는 거기서 어떤 안정감을 느꼈다. 굴절된 이상향이 얼마나 정도(正道)를 벗어났는 지는 안에서는 알 수 없었다.



쿠로오가 일을 나가고 나면 작은 원룸은 조용하다. 이 방에 들어온 이후 스가와라는 방 밖으로 나간 적이 손에 꼽았다. 언젠가 쿠로오가 나 없으면 어떻게 살 거냐고 말했었다. 그게 완전히 장난은 아닌 걸 알아서 그딴 건 알 바 아니라고 대답했었다. 이제와서 죄책감이라도 느끼나, 바보같이.

혼자 남으면 글을 썼다. 이유는 단순히 집 밖에 나가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쓰는 글은 주로는 로맨스였다. 그런 가벼운 감정들. 쉽게 끌어오고 쉽게 글로 내보낼 수 있는 감정들이다. 스가와라는 그런 것들이 쉽다고 생각했다. 쿠로오는 몇 번인가 보고는 자기랑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그만뒀었다. 스가와라도 썩 자신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더 싫었다. 그건 어쩐지 자서전을 쓰는 느낌이 들어서.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쓰는 글인데도 판매부수가 나쁘지 않은 모양인지 출판이 계속 됐다. 가끔 그 책들을 읽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는 이토록 얄팍한 감정이 맞았구나 하고 느꼈다.


노트북 우측 하단에 메일 알람이 떴다. 노트북은 쿠로오가 사왔다. 담당자로부터의 메일이다. 담당자는 늘 쓸모없는 메일들을 보낸다. 신년 인사및 감사 인사 같은 메일들. 쓸모없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 그런 것들은 많으니까 스가와라는 개의치 않았다. 오늘의 메일도 비슷한 맥락이다. 담당자가 바뀌게 되었으니 그 동안 고마웠다는 메일이다. 담당자는 한 번도 스가와라를 만난적 없다. 그가 본 것은 활자 뿐이다. 그 너머에 누가 앉아 있는지도 모르면서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스가와라는 늘 신기했다. 담당자는 메일에 사진을 첨부했다. 아마 새 담당자인가... 스가와라가 노트북을 닫았다. 만나지 않을 얼굴들은 의미없다. 창 밖을 내다보았다. 날씨가 꾸물꾸물한게 비가 올 것 같다. 쿠로오한테 올 때 뭐라도 사오라고 할까. 매트리스에 누웠다.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잊고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03. 오이카와 토오루는 변수에 가깝다.


평소같은 아침이다. 쿠로오는 어깨 부근에 또 상처를 달고 들어왔다. 약을 발라주려다가 거기 상처난 것도 모르는 눈치라서 관뒀다. 바보. 오늘은 날씨가 좀 맑은 것 같다. 방 안으로 햇빛이 들어온다. 어제 원고를 넘겼으니 오늘은 할 일이 없다. 이런 날은 이불을 덮고 창 밖을 보는 게 일과다. 멍하니 앉아있는데 현관 벨이 울렸다. 스가와라는 이런 일로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스가와라는 머무는 존재다. 대부분은 사람 없는 듯이 앉아있으면 그냥 가곤 했다. 안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자 밖의 사람이 손으로 노크한다. 스가와라상 거기 있는 거 알아요! 이곳에 있었던 동안 이름을 대는 사람은 처음이다. 이런 식으로 이름이 건물 전체에 울려퍼지는 건 별로다. 스가와라가 느기적대며 문을 열었다. 생긋 웃는 얼굴.


"작가님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아 메일 확인 보냈는데. 이번에 그 담당자 분 결혼하면서 그만두셔서~ 제가 이제 원고 확인할 거라서요."


스가와라가 가느스름한 눈을 하고 눈 앞에 선 사람을 뜯어보았다. 어디선가 얼굴을 봤었나? 메일에 사진이 있었던 건 기억나는데 정확히 이 얼굴이었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어쨌든 이름까지 알고 왔으니 어쩔 수 없나. 눈 앞의 사람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채 거두지 않은 스가와라에게 어정쩡하게 웃는다. 아 그 저기 그런데 저 좀 들어갈 수 있을까요? 


오이카와는 처음의 침입자다. 그 침입자는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방에 하나뿐인 책상 앞에 앉아 두개밖에 없는 찻잔 중 하나를 써서 차를 마시고 있다. 침입자의 공기와 냄새가 공간에 번진다. 스가와라는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다. 


"근데 왜 오셨어요?"

"아니 뭐 잘 지내보자 그런 거죠~ 처음이니까 인사도 좀 할 겸 해서 온건데."


그럼 이제 볼 일 끝났으니 가시겠네요. 스가와라의 매몰찬 말에 오이카와가 당황한 표정을 했다. 그러면서도 웃고 있는게 신기하다고 스가와라는 생각했다. 


"전 담당자 분이 힘들 거라고 말씀하시긴 하셨는데 정말이시네요. 그 분도 얼굴 한 번 못 봤다고 저보고 힘내라고 그러시던데."

"알면서 오셨으면 이제 가세요."

"저 차라도 다 마시고 내쫓으시면 안 될까요?"


스가와라가 노골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오이카와가 다시금 웃으면서 제 미간을 톡톡 두드렸다. 여기, 펴세요. 그렇게 인상쓰면 나중에 나이들면 주름 생겨요. 


"그럼 빨리 마시세요."

"스가와라상 정말 단호하네요."


그러든 말든. 스가와라가 대답하지 않아서 잠깐 대화가 끊겼다. 오이카와가 대답하지 않는 스가와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약간 관찰하는 듯 싶기도 했다. 이건 낯선 시선이다. 스가와라는 거북해졌다. 어쩐지 표정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애써 멀쩡한 얼굴을 하려는 스가와라에게 오이카와가 말을 던졌다. 저, 스가와라상 원고 봤는데, 


"스가와라상 연애 안 해 봤죠?"


뭐? 스가와라가 뜨악한 표정으로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예상외로 날카로운 반응에 오이카와가 잠깐 말을 더듬었다. 아 그, 그러니까,


"연애 해 봤어요."


마치 그런 거 네가 알아서 뭐하게, 라고 말하는 듯한 대답이었다. 더 이상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스가와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침입자는 여전히 거침없이 스가와라의 어떤 내밀한 부분을 헤집는다. 


"그럼 사랑받아 본 적 있어요?"


스가와라는 순간 조금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뭐하는 사람이지. 웃고 있는 얼굴인데도 오이카와를 제대로 보기가 조금 힘들었다. 애써 유지해 오던 평범한 얼굴에 금이 가는 기분이었다.


"차 다 드셨네요. 나가세요."


대답하지 않았지만 졌다. 스가와라는 이유 모를 분함을 느꼈다. 오이카와가 처음의 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을 모으면서 차 잘 마셨어요, 하고 인사하는 모습마저도 쓸데없이 여유롭다.


"다음부터는 메일로 얘기해요."


네? 아 스가와라상! 스가와라는 외침을 무시하고 오이카와를 문 밖으로 매몰차게 내몰았다. 이 정도면 오늘은 충분히 지쳤다. 잔을 치울 기운조차 없다. 그대로 엎어졌다. 살아있지 않은 따뜻함만은 언제나 위로였다. 






04. 쿠로오 테츠로는 자각했다.


쿠로오는 오늘따라 귀가가 늦었다. 쓸데없는 싸움이 크게 번져서 자리까지 옮겼다. 눈에 띄는 상처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계단에서 굴렀다는 등의 핑계를 안 대도 되니까. 매번 저런 희한한 이유로 다쳐오니 스가와라는 자신을 아마 굉장히 덜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집에 도착하자 스가와라는 자고 있다. 요새 피곤한 일이 많나. 집에만 있는데도 의외로 밤낮을 철저하게 지킨다. 스가와라는 아마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 거라고 쿠로오는 늘 생각했다. 지친 사람을 대신해서 나와있는 앉은뱅이 책상과 찻잔을 치운다. 스가와라가 원래 차를 마셨던가? 쿠로오와 있으면 스가와라는 지독히도 어렸고 입맛도 그래서 조금이라도 쓴 것을 싫어했다. 쿠로오가 스가와라를 다시 한 번 어깨 너머로 넘겨다 보았다. 자는 얼굴은 평화롭다. 아무래도 스가와라가 더 자란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달가닥거리는 물소리에 스가와라가 부스스 일어났다. 왔어? 쿠로오가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더 자. 시간 늦었어. 허락에 스가와라가 도로 쏟아졌다. 쿠로오가 가볍게 혀를 한 번 찼다. 스가와라가 갑자기 어깨를 세웠다. 쿠로오는 돌아보지 않아도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쿠로오."

"더 자라니까."

"너 혹시 연애해봤어?"

"뭐?"

"..."

"뭐라는 거야."

"아냐. 나 잔다." 


난데없는 물음에 순간적으로 공백이 들어찼다. 아무래도 이건 연애는 아닌 것 같다. 쿠로오는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연애가 아니고 연인이 아니라면 뭘 어떻게 해야 연인이 될 수 있는 걸까? 문 밖과 문 안의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에 대한 확인사살일까. 쿠로오는 아까의 찻잔을 생각했다. 우리가 우리가 아닌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면 버틸 수 있을까. 이런 막연한 생각은 고교 이후로는 한 적이 없었다.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스스로는 결론 내렸지만 이미 생각하게 되어 버린 이상 위태롭다고, 쿠로오는 생각했다.





05. 오이카와 토오루는 이유 없이 행동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난 스가와라는 어제의 자신을 후회했다. 왜 그런 질문을 했지. 바보같은 질문이었다. 쿠로오의 넥타이를 매 주는 손이 몇 번이고 헛돌았다. 아 나 늦어! 쿠로오가 얕게 미간을 좁혔다. 스가와라가 쿠로오의 미간을 가볍게 두드렸다. 인상 쓰면 안 돼. 쿠로오가 스가와라를 멀뚱히 내려다 보았다. 


"너야말로 인상 쓰고 있으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아 그랬나. 얼굴로 다가오는 체온이 부드럽다. 스가와라가 소리 내어서 웃었다. 


"나 간다."


빠이빠이. 스가와라가 앉아서 대답했다. 문이 닫힌다. 다시금 어떤 안정감이 스가와라를 감쌌다.




오늘도 벨이 울린다. 오늘은 또 뭐야. 누가 찾아오는 건 스가와라에게는 지치는 일이다. 오늘이야말로 절대로 없는 척 하리라고 생각했다. 


"스가와라상! 문 열어요!"


스가와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로는 부족했나. 자꾸 이름을 불러제끼는 통에 손도 못쓰고 또 당했다. 눈 앞의 얼굴은 오늘도 멀끔하다. 


"오늘은 또 왜요?"

"그거야 당연히 어제 질문에 답을 못 받았으니까요?"

"무슨 상관이에요 대체."

"없죠? 없을 것 같아. 작가님 글 보면 그거 다 보이는 거 알아요?"

"보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요. 나 노벨상 받으려고 글 쓰는 것도 아닌데. 좀 후지면 어때서. 왜 자꾸 별 거 아닌 일로 와요. 무례하다고는 생각 안 해요?"


스가와라로서는 드물게도 긴 말이 터졌다. 제법 혹평이었다. 말해놓고 오이카와의 눈치를 볼 생각이 없었지만 슬금슬금 반응에 조바심이 났다. 스가와라는 화를 내거나, 체념하거나,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 그렇지만 오이카와는 소리내어 웃었다.


"작가님 오늘은 그래도 좀 대화다운 대화를 하네요. 어제는 전혀 안 그랬잖아요. 빨리 가!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게 대화라고요?"


이 정도면 무방비하다. 스가와라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럼요. 어제 자기가 어땠는지 모르죠?"

"그런 거 안 궁금하다니까요?"

"어제 완~전 화난 사람 마냥. 글은 부들부들하게 쓰면서 왜 이렇게 말해요? 뭐 긍정과 부정의 합은 제로! 이런 건가? 왜 그 요새 영화에 나오잖아요."

"제발 멍청한 소리 그만 해요. 그리고 그 영화 몰라요."

"에이 왜 몰라요. 영화관에 그 영화만 엄청 걸려있어요."

"저 영화 안 봐요."

"작가님인데 안 봐요? 왜요? 제가 영화 보여드릴까요? 대신 이름 부르기로 하고."


오이카와가 드물게 놀란 얼굴을 했다. 스가와라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멋대로 떠든다. 


"왜 이렇게 저한테 쓸데없는 신경 써요. 뭐하러 왔어요?"


마지막 일격은 못돼도 크리티컬은 될 거라고 스가와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마도 상대는 스가와라가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모양이었다. 이건 불운일까 행운일까. 


"이유 없이 오는 호의가 그렇게 이상해요?"


스가와라는 이유 없다고 말하는 웃는 얼굴을 바라 보았다. 하얗다. 살아 있고. 아마 조금 하늘 같다고 생각했다.










ㅠ...오늘 무슨 데이래서 써봄... 제목도 걍 붙여봄... 띄어쓰기 엉망... 능력이 업써서 길게 쓰기 힘듐... 아마 내일의 흑역사...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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